<시놉시스> 투신 자살을 시도한 소녀를 취재하던 기자는 이데아가 실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점점 빠져들게 된다.
<기획의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이 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그 바운더리에 침입했을 때에 경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납득했다면 ‘그런 것도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될 수 있다. 과연 스스로 쌓아 올린 가치관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진짜 본인의 결정으로 확립된 것인지 또한 타당한 것인지 확신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다. 사이비같은 소녀의 말에 기자는 강하게 의심하지만 계속된 교묘한 설득에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결국엔 모든 것이 소녀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을 어디까지 속일 수 있고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지 시뮬레이션하고,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통해 회의주의적 결론에 도달하는 사상을 설정하여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철학적 의문에 대한 고찰을 더했다. 관객은 기자가 소녀의 사상에 점점 빠져드는 과정을 함께하며 서스팬스를 경험하고 회의주의적 관점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등장인물>
– 예나(학생) : 옥상에서 투신 후 1달간 의식불명이었다가 깨어났다. 기자가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구하자, 자신은 자살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이데아에 가기 위해 자발적 투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취재를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주찬을 골탕 먹이기 위해 지어낸 말인지 사이비인지 진짜인지 꿈인지 정신이상자인지 알 수 없다. 소녀는 자꾸만 기자에 대해 모든 걸 안다는 듯이 행동하고 심리와 과거 사건을 모두 맞춘다. 차갑고 쎄한 분위기로 항상 무표정이고 감정표현이 적지만 상대방을 가스라이팅하기 위한 거짓말을 할 때에는 표정변화가 다채롭다. 예민하고 상대방이 선을 넘는 것을 싫어한다.
– 주찬(기자) : 1달 간 의식불명이었다가 깨어났다는 소녀를 취재하러(인터뷰하러)온 기자이다. 학교폭력 전과가 있는 박의원의 딸이 소녀에게 위해를 가했고 이로 인해 소녀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몇주째 끈질기게 소녀와 인터뷰를 하고자 시도한다. 그러나 소녀는 도통 말문을 열지 않아서 답답해한다. 항상 피곤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취재에 한해서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한다. 취재를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을 잘한다. 다소 능글거리는 성격이다.
어머니와는 조금 불편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직장상사는 연락처에 ‘대마왕’이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었으면서 어머니는 딱딱하게 ‘어머니’라고 저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머니의 전화를 기피하며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어머니와의 문제 외에도 직장에서의 압박과 항상 어떤 것이든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자신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우울과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스스로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 즉,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 하영(학생) : 예나와 같은 반 학생이다. 예나의 성격이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예나를 경계한다. 주찬에게 경고를 하려 하지만 주찬이 하영을 학교폭력에 관련된 인물로 의심하자 더 이상 도움을 주려 하지 않고 사건에서 멀어지려 한다. 상대방의 눈치를 많이 본다. 피해 받지 않으려는 성격으로 애매한 오지랖이 있다.
– 선생님 : 예나와 하영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선생님이다. 주찬이 취재를 이유로 계속해서 귀찮게 하자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도 없다. 다만 주변 시선이나 평판을 조금 의식하는 편이다.
<줄거리>
(현재) 기자A가 주찬에 대해 예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예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준다.
(과거) 주찬은 명문고등학교에 예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 예나는 학교 옥상에서 투신 후 1달간 의식불명이었다가 깨어난 학생으로, 주찬은 틀림없이 예나가 학교폭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단순한 학교폭력이 아닌 권력가의 자제인 가해자와 힘 없는 피해자의 관계에서 이슈를 잠재우기 위한 입막음이 있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예나는 첫번째 인터뷰에서 1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찬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끈질기게 예나를 귀찮게 한다. 결국 예나는 입을 여는데, 진리의 세계. ‘이데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의식불명이었던 1달간 이데아에 다녀왔고 옥상에서 투신한 것은 이데아에 가기 위한 자발적인 투신이었다는 것이다. 주찬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만 계속된 예나의 주장과 인간 같지 않은 통찰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데아에 관한 내용만 녹음되지 않은 녹음기 때문에 점점 휩쓸리기 시작한다. 취재를 진행할수록 정작 괴롭혔다는 가해자나 목격자는 없고 소문만 무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주찬도 예나가 말한 이데아에 관한 꿈을 꾸게 되고 평소에 더 나은 삶을 바라왔던 주찬은 ‘자발적 투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용기가 부족했던 그는 3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미칠 듯한 궁금증과 생명의 위협 사이에서 고민한다. 난간에 몸을 아슬아슬하게 걸친 채로 어떻게 하면 떨어지지 않고 이데아를 볼 수 있을 지 꼼수를 쓰던 주찬은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자 깜짝 놀라 손이 미끄러진다. 주찬은 그대로 추락하지만 떨어지는 도중에 태양빛인지 이데아의 빛인 지 모를 환상을 본다. 주찬은 눈이 감기면서도 미소 지으며 “난 봤어…”라고 말한다. 그 옆에서 어떤 학생이 누군가에게 걸던 전화를 끊고 119에 전화를 건다.
(현재) 여전히 기자A와 예나는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가 끝나고 기자는 돌아가고 예나는 잠시 태양을 바라보다가 짜증난다는 듯이 찡그리며 고개를 돌린다. (신을 믿지 않음. 이데아는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며 “그러게 귀찮게 하질 말았어야지.” 라고 말하고 끝이 난다. |